FINANCIALCONSULTING “특권교육과 고교서열화 주범”…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다시 힘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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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심각하게 서열화된 고등학교 제도를 개선해 고등학교 진학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며 “고교 입시, 대학 입시에 불평등이 없고, 부모의 힘이 미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문재인 정부가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2025년, 교육부의 약속은 어떻게 됐을까. 당시 전환 대상이던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는 각각 30개, 42개, 7개로 총 79개였는데 2025년 3월 기준 전국의 외고·자사고·국제고는 69개로 여전히 70곳에 육박한다.
이는 2022년 5월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6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2024년 1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잇달아 내놓으며 자사고 등을 존속시켰다. 3년 만에 정권이 바뀐 현재, 다시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이행하라는 요구가 교육계를 중심으로 점증하고 있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다시 추진될까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특권교육·고교서열화 주범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계고로 전환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늘어섰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설립 취지를 잃고, 사실상 입시 명문고로 기능하면서 고교서열화를 심화시켜왔다. 그 결과 일반고는 위축되고, 교육 불평등은 더욱 심화했고, 그래서 특권학교로 불리는 것”이라며 “특권학교의 일반계고 전환은 시행령 개정 사항인 만큼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대통령이 결단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이 과거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모두 교육정책으로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 폐지를 공약했고, 홍준표 후보만 반대할 정도로 (국민적) 뒷받침을 받는 정책이었다”며 “(자사고·외고 일반계고 전환은) 윤석열 정부가 3년간 망친 교육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고등학교가 처음부터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아니다. 외고는 40여 년 전인 1984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앞서 외국어에 능숙한 인물을 조기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고, 자사고의 경우 사회적 논쟁이 거셌지만, 일률적인 공교육의 틈새를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2010년 도입됐다. 하지만 이들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곧 상위권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모범답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1969년 고교평준화(중학교 무시험입학제) 이후 사라진 고교서열화를 재도입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른바 대학 서열화와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학벌공화국의 첫 번째 계단이 부활한 것으로, 이들 고교에 진학하기 위한 고액의 사교육 또한 자연스레 뒤따랐다. 여기에 일반고에서 제공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커리큘럼과 방과 후 활동, 그에 상응하는 높은 등록금 역시 일반적인 사회 정서와는 동떨어지면서 ‘귀족학교’라는 꼬리표까지 달았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고등학교 학생 1인당 학부모부담금’은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 1335만8000원, 광역단위 모집 자사고 800만5000원이었다. 외고와 국제고는 각각 849만7000원, 638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자율형 공립고는 85만5000원, 일반고는 71만3000원에 그쳤다. 학부모부담금에는 수업료와 입학금, 학교운영지원비, 수익자부담경비 등이 포함된다. 전국 단위 자사고의 학부모 부담이 일반고의 19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자사고·외고 존치가 고교학점제 파행의 씨앗”
문재인 정부에서 외고·자사고 폐지가 불평등의 세습, 즉 교육격차와 관련된 문제에 집중됐다면,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현재는 고교 교육의 정상화, 나아가 대학입시제도 개편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와 맞닥뜨리고 있다.
최선정 전교조 대변인은 “고교학점제는 고교체제 개편과 대학입시제도 개편이 맞물린 하나의 패키지였다”면서 “고교체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손을 댈 수 없는 상태, 아무런 교육개혁도 할 수 없이 꼼짝 못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기획하면서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함께 묶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자유롭게 들으며, 창의적 인재로 육성될 수 있도록 내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여기에는 선행조건이 있었다. 고교체제가 사실상 외고·자사고와 일반고로 서열화된 상황에서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대학 입시에서 외고나 자사고에 지금보다 더 유리한 운동장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런 특별한 고등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먼저이고, 고교학점제는 그다음이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인 2019년 고교서열화 개선작업에 먼저 손을 댄 이유다.
최 대변인은 “최대한 공교육을 공평하게 만들어놓은 상태여야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이 설득력을 갖고, 실제로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자사고·외고가 유지되면서 결국 상대평가라는 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사고·외고 폐지를 뒤집은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0월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도 뒤집고 상대평가제도를 유지하는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확정했는데, 결국 내신 절대평가에서 자사고·외고 특혜라는 불합리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구본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 전제조건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절대평가가 유지되면서 입시에 유리한 수업만 들어야 하는 모순이 발생했다”며 “학생들에게 실제로는 쓸 수 없는 자유이용권을 배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신 윤 정부는 내신 경쟁 완화를 위한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고교 내신을 5등급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지 않는 대신 9등급제인 고교 내신 등급을 5등급제로 바꿔, 내신 긴장감을 완화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 역시 부작용이 돌출했다.
직장인 김숙현씨(46)는 얼마 전 중학생 자녀의 방학 수학 특강을 신청하러 갔다가 여러 학원 상담사들로부터 외고 진학 프로그램을 권유받았다. 김씨는 “특목고에 보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고교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는 설명을 많이 들었다”며 “갑자기 준비해서 갈 수 있을까, 또 간다고 해도 거기서 경쟁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없던 고민이 생겼다”고 말했다.
입시업계에서는 고교 내신 5등급제 도입이 자사고나 외고 졸업생의 대학 입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한 모습이다. 최상위권의 경우 1등급의 폭이 넓어져 유리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지만, 내신 2등급이 과거 9등급제의 4등급에 해당하는 만큼 등급 상승이 대학 입시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만 있으면 사교육업계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가 대학 입시에 종속되며 파행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교육 당국의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교육정책 공약이 전무하다시피했던 지난 대선에 이어 새 정부의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과제에서도 교육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은 대국민보고 안건 123개 중 교육 관련 안건은 ‘기본이 튼튼한 사회’의 8개 전략 중 7번째 순번에 4개가 담기는 데 그쳤다. 그리고 내용 역시 ‘AI 디지털시대 미래인재 양성’, ‘시민교육 강화로 전인적 역량 함양’,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학교자치와 교육거버넌스 혁신’ 등 두루뭉술한 주제뿐이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정치권에서는 아무래도 명문고 유치나 유지 등이 주요한 지역 현안이라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교육제도가 교육이 아닌 정무적 판단에 따르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자사고 폐지를 언급하지 않고, (인사청문회 이후 낙마한)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입장 표명을 머뭇거린 데는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면에서 자사고 폐지를 앞장서기보다 교육청의 자사고 관리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간접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을 명시한 조항을 삭제했는데, 이를 복원하는 방식 등을 통해 자사고에 대한 통제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금융감독원장에 이찬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61)가 내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이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이 변호사는 금융 분야에서 뚜렷한 이력이 없어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3일 임시 금융위 의결을 거쳐 이 변호사를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변호사는 1986년 사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대통령과는 노동법학회 활동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을 지냈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변호했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지냈다.
금융위는 “이 내정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경제·금융 전문가”라며 “벤처 창업·상장기업 등 다수 기업에 자본시장 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는 등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신뢰 회복,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금감원의 당면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선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임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는 ‘깜짝 인사’ 인 데다, 그간의 이력을 보면 금융 분야와 뚜렷한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 자본시장 쪽은 잘 아시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사라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감원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분으로 알고 있다”며 “금감원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과거 절차를 고려하면 이 변호사는 금융위 의결 이후 이 대통령 재가를 거쳐 14일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이복현 전 금감원장 퇴임 후 2개월여간 ‘수장 공백’ 상태였던 금감원은 새 정부의 조직개편 논의로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떼어낸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쳐 금융감독위를 만들고, 기존 소비자보호처(소보처)를 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시키는 방향으로 조직개편 논의가 이뤄지자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앞서 금감원 노조와 직원들은 잇달아 성명서를 내 소보처 분리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 변호사는 취임 뒤 조직개편을 포함한 현안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실 할매는 내 고향 반내골보다 더 깊은 산중, 집이라곤 고작 세 채뿐인 마을에 살았다. 읍내 술집 여자와 딴살림을 차렸다는 남편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명절에나 잠깐 얼굴을 보였고 그마저도 차츰 횟수가 줄어 어느 순간부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첩과 멀리 대처로 나갔다는 소문만 돌았다. 첩에게 홀린 남편은 생활비도 주지 않는 눈치였다.
재실 할매는 종일 산자락에 엎드려 돌을 골랐고, 틈틈이 온갖 나물을 뜯었다. 돈 되는 것이라면 돌배든 파리똥(보리수 열매)이든 머루든 다슬기든 뭐든 내다 팔았다.
할매에게는 아들 둘, 딸 셋, 자식 다섯은 물론이요, 남편의 부모까지 딸려 있었다. 아들이 그 모양인데도 상할매는 걸핏하면 며느리인 재실 할매가 만악의 근원이라며 악다구니를 써댔다. 몸이 부서져라 집안 건사하는 며느리보다 부모마저 모른 체하는 아들이 우선인 모양이었다.
상할매가 무슨 욕을 해도 묵묵히 일만 하던 재실 할매가 어느 날 처음으로 시어른에게 반기를 들었다. 오지 않는 아들 찾아 광주에 다녀온 시아버지가 말인지 막걸리인지, 밥상 앞에서 혀를 차며 한마디 내뱉었던 것이다.
“아따, 광주 새애기가 찬을 월매나 걸게 차렸는지 배를 따고 묵었단 말이시. 근디 우리집 밥상은 워째 이따구대?”
순간 재실 할매의 눈에서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 할매는 눈앞의 작은 돌멩이를 돌담에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탁 소리와 함께 담에 부딪친 돌멩이가 땅바닥으로 나뒹굴었다. 할매는 그 돌을 집어 또 던졌다. 시아버지는 물론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탁. 탁. 탁. 크지도 않은 돌멩이 부딪는 소리가 오래도록,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적막을 짓눌렀다.
아마 그것이 할매 최초로 내지른 말 없는 비명이지 않았을까?
얼마 뒤, 유난히 야무졌던 큰아들이 광주 명문고에 진학하고, 아직 초등학생인 큰딸은 오빠 밥을 해주러 광주로 따라갔다. 그 무렵, 갑자기 재실 할매가 보이지 않았다. 동네서는 재실 할매가 남자 따라 밤도망을 쳤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재실 할매 자식들은 제 엄마를 닮아 입이 무겁고 성실했다. 세상이 뭐라든 새벽같이 일어나 엄마 대신 가문 논에 물을 퍼 나르고, 고사리손으로 화전의 돌을 고르고, 직접 도시락을 싸 학교에 갔다.
재실 할매는 몇달 뒤 남편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대처 병원에서 청소를 하며 돈을 벌었다고 했다. 할매의 가출은 무책임한 남편을 집에 돌아오게 하려는 나름의 꼼수였을 게다. 그러나 할매의 기대와 달리 남편은 하룻밤도 머물지 않고 훌쩍 떠났다. 술집 출신이라 늘 술을 마셔 코가 빨갛다는 첩의 곁으로.
한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실 할매는 몇년 뒤 또다시 가출을 감행했다. 시댁 피붙이의 소개를 받은 곳에서 돈을 벌고 있었던 걸 보면 이번에도 붙잡히겠다는 분명한 의도였다. 한 번 해본 가락이 있어 남편은 더 빨리 찾아냈다. 할매도 이번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멩색 애비잉게 둘째 대학 학비를 대씨요. 약속 안 해주먼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 갈라요.”
둘째란, 어려서부터 명문고 다니는 오빠 밥을 해댄 딸이었다. 나보다 댓 살 위였지 싶다. 여자가 대학이라니, 그 시절 가난한 집에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재실 할매도 우리 엄마처럼 여자로 태어나 공부 못한 게 철천지한이었던 모양이다.
할매의 고집은 쇠심줄처럼 질기디질겨, 그간 생활비 한 푼 준 바 없던 남편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어미 없이 어린 세 자식을 어찌 거둘 것인가. 결국 가난한 화전민의 딸은 읍내 여염집 딸내미도 언감생심 꿈꾸지 못하는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어미의 서글픈 운명도 상속받지 않을 수 있었다.
거대한 벽이 내 인생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문득 재실 할매가 떠오른다. 샛서방 생겼다는 오명이 뒤따를 걸 뻔히 알면서도 할매는 자기 운명을 바꾸기 위해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한 번은 실패하고 한 번은 성공했다.
어쩌면 할매는 두 번 다 실패했더라도 또다시 길을 나서지 않았을까? 주어진 것이라곤 고난의 운명뿐이었지만 할매는 절대로 지지 않는, 참으로 강인한 사람이다. 나는… 부끄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정상회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발표없이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하지 못한 게 아주 적게 남아있다”고 말했지만, 추가적인 질문은 받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일부 지점에서 의견을 같이 했지만 주요 쟁점을 전부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뒤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 우리가 합의한 여러 지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완전히 합의하지 못한 몇 가지 큰 것들이 있다고 말하겠지만 우리는 일부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최종) 합의하기 전까지는 합의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난 좀 이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전화할 것이다. 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사람에 전화할 것이며 난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해 오늘 회담에 대해 말해주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합의하지 못한 게 아주 적게 남아 있을 뿐이다. 일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나는 아마 가장 중요할 텐데 우리는 합의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쟁점에서 합의하지 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푸틴 대통령, 블라디미르와 늘 환상적인 관계를 가졌다”면서 ‘러시아 사기’(Russia hoax) 때문에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가 “방해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푸틴)는 이게 사기라는걸 알았고 나도 사기라는걸 알았지만, 매우 범죄와 같은 일이 일어났으며 이건 우리가 사업이나 우리가 하고자 했던 모든 것들을 국가 간에 다루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게 끝난 뒤에는 우리는 (그런 것들을 해결할) 좋은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트럼프 캠프와 공모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가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조작한 ‘러시아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끝내야 한다면서 “푸틴 대통령도 나 못지않게 그걸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곧 당신(푸틴)과 대화할 것이며 아마 매우 곧 당신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혀 추가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평소와 달리 기자회견에서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도달한 이해(understanding)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를 희망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이 건설적인 자세로 이 모든 것을 인식하고, 막후의 음모나 도발 행위 등으로 그 어떤 장애물도 만들지 않고, 새로운 진전을 방해할 시도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밝히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했다”면서 “관련 작업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향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추가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 “다음은 모스크바에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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