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8·15는 사할린 동포에겐 단절의 날…틈새의 존재들에게 전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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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징용된 조선인 가족들의 연대기 <슬픔의 틈새>(사계절)를 펴낸 이금이 작가(63)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과 만나 저술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인 그는 2017년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사계절)부터 <알로하, 나의 엄마들>(창비, 2020)로 이어지는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소설을 써왔다. <슬픔의 틈새>는 이 작품들의 마무리 격이다.
이 작가가 사할린 한인의 삶에 천착한 데에는 2018년 사할린 여행이 큰 영향을 줬다. 당시 그는 사할린에서 이제는 할머니가 된 동포들을 만났다. 이 작가는 “사할린에서 태어난 분들이 대부분이었음에도 부모님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계셨다”며 “한을 풀어놓는 것 같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할린 이야기를 써야겠다 마음먹었다”고 돌아봤다.
징용·광복·한국전쟁·소련 점령…한 소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그린 ‘여성 디아스포라’ 완결판태어난 곳과 오래 산 곳 중 고향은 어디? 뿌리내리지 못한 이들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선별 귀환으로 ‘생이별 강요’한 고국 향한 그리움과 원망 담겨…어른과 아이 ‘틈새’ 청소년들도 용기 갖기를
<슬픔의 틈새>는 1943년부터 2025년까지의 시간을 그린다. 11살 소녀 주단옥이 화태 탄광으로 징용 간 아버지를 찾아 엄마, 형제들과 뱃길에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옥이 사할린에서 일하고, 결혼하고, 자녀와 손주를 보며 삶을 일구는 과정이 징용, 광복, 한국전쟁, 소련 점령, 수교 등과 같은 굵직한 역사적 소용돌이와 맞물린다. 온갖 풍파를 겪고 한세월을 ‘살아낸’ 단옥이 눈을 감으며 소설이 끝난다.
이 작가는 이런 구성을 택한 이유에 대해 “사할린 한인의 삶을 제대로 알려면 어느 한 구간을 자르기보다는 통시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인물의 생애가 그들의 과거, 살았던 과정과 현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는 얘기다. 그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재성이 있는, 현재도 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태어난 곳과 오래 산 곳 중 어디가 고향인가’는 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슬픔의 틈새> 속 등장인물들엔 이 질문이 더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들은 ‘나라 잃은’ 국민이자 어느 장소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디아스포라(흩뿌려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선을 그리워하면서도 추운 땅 사할린을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재외동포라고 하면 한국으로의 귀환을 무조건 희망하리라고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는 한층 복잡하다.
이 작가는 이러한 복잡성이 ‘인간다운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과 귀환을 망설이는 마음은 모순되지 않는다. 그는 “1세대는 그리움이 분명하겠지만 2세대, 3세대로 갈수록 지금 사는 곳이 고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을 막연히 그리워하면서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식물 하나를 화분에서 옮겨 심어도 거기서 살아내려고 아등바등하다가 결국 적응해서 살지 않나”라고도 했다.
사할린 한인들의 귀환을 막은 가장 큰 장벽은 따로 있었다. 1945년 8월15일 해방 이후 이들은 곧바로 한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은 조선인 귀환을 책임지지 않았고, 당시 한국은 재외동포들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사할린 남부를 되찾은 소련은 한인 노동력을 써먹으려고 했다. 귀환선에 타지 못해 투신하거나 정신질환을 앓은 이들도 있었다.
귀환은 곧 이산가족이 됨을 뜻했다. 한국의 재외동포 관련 법은 2018년까지만 해도 ‘광복 이전에 출생한 사람과 배우자, 장애가 있는 자녀’만 받아들였다. 이주 2~3세대, 1세대의 자녀와 손주는 배제됐기 때문에 이 요건에 해당하는 자라 하더라도 가족을 사할린에 남겨 두고 혼자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모든 자녀와 그 배우자를 포함한 전 가족’이 동반 귀국할 수 있게 된 건 2025년이다.
이 긴 시간 동안 사할린 한인들이 느꼈을 기대-배신감-기대-좌절의 과정은 “때 없이 일상을 뒤흔드는 고향이라는 게, 조국이라는 게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인 1세대들은 조국을 그리워하면서 원망했고, 미워하면서 절절히 사랑했다” 등의 구절에 담겼다. 노인이 돼 한국을 방문한 단옥이 “비행기 3시간 거리를 50년이나 걸려서 왔다”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이 작가는 인터뷰 자료집 등을 보며 이와 같은 감정을 추출해 냈다. 그는 “처음부터 의지하고 기댈 존재가 없었다면 그냥 살았을 텐데,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어 계속 배신당하고 상처받는다면 없느니만 못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수십년에 걸쳐 기대와 실망을 했다면 ‘차라리 아예 없었다면’ 싶을 것 같았다. 딱 그분들의 삶을 표현해주는 문장”이라고 덧붙였다.
<슬픔의 틈새>는 광복 80주년인 15일 출간됐다. 이 작가는 “(일반적으로) 광복절을 휴일 정도로 생각하지만 해외 동포들에겐 다른 의미였다는 점을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과거 우리 동포가 해외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 속 이주민까지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어른과 아이의 ‘틈새’에 해당하는 청소년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청소년은 그가 상정한 <슬픔의 틈새>의 주 독자층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청소년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이방인, 소수자, 경계인이다. 공부를 이유로 많은 것에서 소외당하고 그때 누려야 할 것들을 유예당한다”면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이 작가는 1984년 새벗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교과서에 <너도 하늘말나리야> 등 여러 작품이 수록됐다. 지난해에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문학상에 한국인 최초로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가 됐다. 올해도 한국 후보로 뽑혔고, 국내외 도서전에서 활발히 대중과 만나는 중이다.
실종된 소방관을 찾기 위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전방위 수색을 벌이고 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와 인천 논현경찰서, 인천시 소방본부는 인천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A씨(34)가 지난 10일 실종된 이후 수색견과 구조견, 기동대 등을 동원해 A씨를 찾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 30분쯤 남인천요금소를 빠져나온 뒤 갓길에 차를 정차한 후 사라졌다. 휴대전화의 마지막 신호는 남동구 서창동 모 아파트 근처에서 잡혔다.
경찰은 경기 안양에 사는 A씨를 찾기 위해 현수막을 게시하고, A씨의 주거지는 물론 경기도 전역을 수색하고 있다. 공조 요청을 받은 논현경찰서도 실종팀과 수색견과 기동대를 동원해 찾고 있다.
인천시 소방본부도 특수구조대와 구조견을 동원, A씨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휴대전화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간단한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며 “A씨가 다른 곳에 머물 수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022년 이태원 참사 사건 현장에 지원을 나간 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의 과거 정상회담을 고려하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 정상회담 사례를 분석하면서 “헬싱키의 교훈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단둘이 한 공간에 두는 것은 예측할 수 없으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이 의제로 오른 회담을 마친 직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가 개입했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러시아 입장을 두둔했다.
당시 트럼프의 러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었던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 국장은 화재 경보를 울리거나 응급의료 상황인 척 가장해 기자회견을 중단시켜야 할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두 정상의 알래스카 앵커리지 정상회담은 지난 회담보다 위험성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유럽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비공개 정상회담 이후 ‘크렘린식 메시지’를 전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지도자의 대면 정상회담은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두 정상은 6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만 했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합의가 논의될 가능성이 낮다며 기대치를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만남(feel-out meeting)”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 몇 분 안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자국에 최대한 이익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평화협정 세부사항을 정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를 지낸 존 허브스트 대서양위원회 유라시아센터 선임 국장은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기정사실로 제시할 수 있는 합의를 트럼프와 만들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이 배제된 이번 회담에 대해 “1945년 얄타 회담을 연상케 한다”며 “당시에도 미국·(구)소련·영국은 유럽 국가들의 머리 위에서 유럽 절반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논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반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영토 교환”에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즉흥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힐 전 국장은 “그게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이다. 그는 그냥 즉흥적으로 한다”며 “그러나 푸틴 대통령도 논쟁을 즐기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보좌관들이 배석하지 않는 폐쇄적인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점이다. 합의 사항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헬싱키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법 집행기관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군 총정찰국(GRU) 요원들에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성과가 없었다고 힐 전 국장은 말했다.
러시아 문제를 전담하는 전문인력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중요시해 참모를 선임해온 탓에 현재 러시아에 관해 조언해줄 참모가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직업 외교관의 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 5월 국가안보회의(NSC)는 대외정책과 국가안보 전문가 수십 명을 해임했고, 국무부도 지난달 직원 1천3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지난달 취임 직후 미국·영국을 오가며 대미 관세 협상을 주도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았다. 김 장관이 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한 건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명명식, 노동조합 대표와 면담 등을 진행하며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주문했다.
김 장관의 이날 첫 일정은 LNG 운반선 명명식이었다. 명명식을 진행한 선박은 미국 LNG 생산 기업이 2022년 한화오션에 발주한 5척(약 1조6608억원 규모) 중 1·2호선이다. 향후 미국산 LNG를 운반하게 될 이들 선박은 한 척당 20만㎥ 규모를 운반할 수 있다. 20만㎥는 국내 LNG 하루 치 사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선박 건조는 미국 선주가 자국산 에너지 운반에 필요한 선박을 한국이 건조한 상징적 사례로, 마스가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산업부는 평가했다.
김 장관은 축사에서 “마스가는 패키지를 통해 미국 내 조선소 투자, 숙련 인력양성, 공급망 재건 등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지원함과 동시에 우리 기업의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창출하는 상호 ‘윈윈’ 프로젝트”라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계기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미국 측과도 수시로 협의하면서 구체 성과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명명식 행사 이후 미 해군 전투지원함 찰스 드루호 유지·보수·정비(MRO) 현장도 방문했다. 이 함정은 4만1000t급으로, 오는 11월 말 미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찰스 드루호 승조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미 함정 MRO는 한·미 조선 협력의 시작점”이라며 “K조선의 기술력으로 새로운 배로 재탄생 시켜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거제 마지막 일정으로 김 장관은 김유철 대우조선노조 지회장과 면담도 진행했다. 산업부 장관이 조선소 노조위원장을 면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현장 안전에서는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노·사·정부 모두 원팀으로 산재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하자”고 말했다. 이어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한 한·미 조선 협력은 미국으로 일감 유출이 아니라 우리 조선소들에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향후 한·미 조선 협력 과정에서 많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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